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카카오엔터 '김성수 시대' 저무나 [김소연의 엔터비즈]

입력 2024-02-04 15:30   수정 2024-02-04 15:39



"카카오의 선택을 받는 곳과 받지 않는 곳으로 나뉜다."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CJ ENM에서 카카오로 적을 옮긴 후 엔터 업계에서 흘러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시세 조종과 드라마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으로 수사를 받으면서 그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터 업계에서 카카오의 영향력 역시 마찬가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인 카카오M은 2018년 카카오에서 멜론 등 영상, 음악 콘텐츠와 매니지먼트 사업을 떼 내 설립됐다. 김성수 대표는 카카오M의 수장으로 CJ ENM에서 영입됐다.

이후 카카오M은 배우 이병헌, 김고은, 한효주 등이 속한 BH엔터테인먼트, 김소연 등이 소속된 제이와이드컴퍼니, 공유, 공효진, 전도연 등이 있는 매니지먼트숲, 현빈의 VAST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유명 매니지먼트사는 물론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 '공작' 윤종빈 감독이 이끄는 월광, '신세계', '아수라' 등을 제작한 사나이픽쳐스 등을 줄줄이 인수하며 세력을 확장했다.

엔터사, 제작사 인수 후 2019년 6월과 9월에 단행된 유상증자에는 배우 이병헌, 송승헌, 현빈, 이민호 등이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 유상증자 참여 9개월 만에 투자액 대비 50%에 해당하는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김성수 대표는 2020년 7월 미디어데이에서 "앞으로 3년 동안 3000억원을 투자해 240개 이상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인재 영입과 인수합병도 꾸준히 이어왔고, 2021년 3월 카카오M과 카카오페이지를 합병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출범시켰다.
엔터계 미다스의 손, 김성수 대표
김성수 대표는 콘텐츠 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고, 실제로 CJ ENM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데 이견이 없다. CJ ENM을 이끈 시절 '슈퍼스타K', '롤러코스터' 등을 선보이며 채널 파워를 높였고, 이후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등을 선보인 나영석 PD와 '응답하라'·'슬기로운' 시리즈 신원호 PD 등 스타 연출자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며 방송 업계 판도를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바꿨다는 평을 받았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안식년을 보내면서도 사내이사 직책은 유지됐고, 고문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이끌면서 홍은택 전 카카오커머스 대표와 함께 2022년 1월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센터장에도 선임됐다. 당시 CAC는 카카오를 이끌 핵심 조직이라는 평가받았다. 김 대표는 이어 같은 해 3월 주주총회에서 카카오 사내이사에 올랐다.

김 대표는 오는 2025년 10월 준공 예정인 서울아레나의 운영권까지 따내며 카카오의 엔터 업계 입지적인 위치에 올랐다. 서울 도봉구 창동에 문을 여는 서울아레나는 스탠딩 공연 시 최대 2만8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1만8269석 규모 음악 전문 공연장, 최대 7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2010석 규모의 중형 공연장, 영화관 및 상업시설 등으로 구성된 복합문화시설이다. 2022년 4월 진행된 협약식에서 카카오는 서울아레나의 설계, 시공, 준공 후 운영, 유지·보수 등을 담당할 특수목적법인 서울아레나(가칭)에 출자하고 대표 출자자로서 사업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승승장구했지만…드라마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발목 잡아
김 대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음악·영상·디지털·라이브 엔터테인먼트를 총망라하는 종합 엔터사로 만들었다. 유명 연예인뿐 아니라 이들과 함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스타 연출자들, 작가와 제작사들까지 끌어모았고, 웹툰과 웹소설 등 다채로운 IP를 보유하고 있어 다른 기업들과 비교가 불가한 수준까지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았다.

2020년에는 앵커에퀴티파트너스(Anchor Equity Partners) 및 유수의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약 2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당시 김 대표는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사업별 제작 역량을 강화하는 등 차별화된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해 온 카카오M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앞으로도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지속 추진하며 글로벌 대표 K콘텐츠 스튜디오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 조종이 있었다는 혐의가 불거지면서, 상장을 준비하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김 대표는 그동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기업공개(IPO)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초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 투자청으로부터 11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1조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세 조종 의혹이 불거진 후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에 출석해 조사받는 것을 시작으로 카카오 사법 리스크의 주요 인물 중 하나로 꼽히게 됐다. 또한 배우 윤정희의 남편이기도 한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과 함께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 인수 당시 과도하게 비싼 비용을 지불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2020년 인수 당시 수년째 적자였던 바람픽쳐스를 시세보다 비싸게 인수, 증자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

카카오 노조는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이 수사받고 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자체 조사나 직무 배제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성수 대표는 이진수 현 공동대표와 함께 오는 3월까지만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권기수 최고운영책임자와 장윤중 글로벌전랙챡임자가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됐다.

이 상황에서 어렵게 인수한 SM엔터테인먼트를 다시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 북미 통합 법인을 출범시키며 사업 확장을 예고했고, 카카오는 '내수기업' 꼬리표를 떼고 2025년까지 해외 매출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현재는 내부적으로 "엔터 사업 자체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한 시대가 저문 느낌이라 씁쓸하다"며 "구속 위기는 넘겼지만 김 대표가 이전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어렵지 않겠냐"고 관측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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